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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내1호 동물치과병원 '이비치' 김춘근 원장

최주연 2015-04-30 00:00:00

[인터뷰] 국내1호 동물치과병원 '이비치' 김춘근 원장

동물들에게 '빛이 나는 이'를 만들어 주는 이비치 동물치과병원 김춘근 원장을 만났다. 이비치는 국내1호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동물치과병원으로 올해 1월 청담동에 오픈했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이비치 병원은 다른 병원들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로비에 들어서자 복도 너머로 수술실이 훤하게 들여다보였다. 수술실 칸막이가 통유리로 만들어져 보호자들이 수술과정을 모두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마침 13살 된 치와와의 구강종양수술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묘한 긴장감이 도는 수술실 안에는 20년 임상 경력의 김춘근 원장이, 그리고 유리창을 사이에 둔 복도에는 반려견의 보호자들이 두 손을 모으고 수술과정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김 원장은 수술시간을 알려주는 타이머 숫자가 240분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마스크를 벗고 수술실을 나왔다. 4시간에 걸친 턱뼈 종양제거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김 원장은 이런 수술을 매일 2회 정도 한다고 했다.

치과 전문 병원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여러 가지 진료를 하다보면 집중이 안 되기 마련이다. 모든 과의 모든 동물을 봐야하는 수의사의 실정상 많이는 알아도 깊이 아는 것이 부족하다. 또한 모든 정문 장비를 갖추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많고, 장비를 갖췄다 해도 쓸 기회도 많지 않다. 그래서 전문적인 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치과환자 비율도 높아졌다. 처음 병원을 연 것이 1995년 쌍문동의 태일동물종합병원이었는데 처음에는 치과 환자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절반이 치과 환자다. 개인적으로도 예전부터 치과병원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고 석·박사학위 모두 치과논문으로 받았다."

원장님의 박사논문도 읽어봤다. 어려워서 중도 포기했지만... 논문의 요지를 간단하게 정리해 줄 수 있는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태일동물종합병원에 치과 검사와 치료를 위해 내원했던 233마리의 8,308개의 치아를 평가 분석한 연구논문으로 치주질환이 심해지면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과 치주질환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치과방사선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논문의 핵심이다."

미국 수의치과협회 정회원이던데, 미국의 동물치과병원 상황은 어떠한가?

"미국과 유럽은 전문의가 과별로 있고 치과전문병원이 따로 있다. 특히 미국이 치과가 많이 발달되어 있는데 국내에는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치과로 가장 유명한 미국 UC Davis에서 연수를 받았으며 많은 학회에 참석했다.

이비치 치과진료 프로그램은 UC Davis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의 치과진료 프로토콜을 따르고 있고 치과 진료실과 구강, 악안면 수술실을 다른 진료실과 구획화해 치과진료와 수술 시 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인터뷰] 국내1호 동물치과병원 '이비치' 김춘근 원장

동물들이 가장 많이 받는 치료가 치주염이나 고양이 구내염이라고 들었다. 치아관련 질병이 가장 많은 견종이 따로 있나?

"그런 견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치과질환이 발병하면 심각해지는 견종은 닥스훈트, 슈나우저, 콜리 등이다. 입이 긴 장두종 개들은 입이 좁고 청소가 잘 안되기 때문에 질환이 급속도로 진행된다. 송곳니 안쪽에 치주염이 생기면 파고 들어가서 코와 입에 구멍이 나기도 한다.

이밖에도 말티즈와 요크셔테리어들이 치주염의 왕이라고 할 정도로 환자가 많다. 사이즈가 작은 개들이 치주염이 더 많이 생기고 세퍼드처럼 큰 개들은 치주염보다는 뭔가 잘못 씹어서 치아가 깨지는 치아파절이 많다."

강아지와 고양이 둘 중 어느 쪽이 치과질환이 더 심각한가?

"대부분 개는 치료하면 끝나는데 고양이의 경우는 구내염으로 진행했을 경우 30%정도는 평생 문제를 달고 살게 된다, 빨리 치료를 받아야한다."

치과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나?

"골든스탠다드! 칫솔질이 최고의 예방법이다. 칫솔질은 생후 10주 ~ 3개월 사이에 시작하며, 나이가 어릴 때부터 적응을 시켜 놓는 것이 좋다. 이 닦는 습관을 들이는 과정에서는 치약을 간식 삼아 조금씩 먹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동물용 치약은 먹어도 무해하다.

치약에 거부감 없어졌을 때, 손가락으로 치아를 닦기 시작하고 약 일주일 후 또는 손가락으로 닦는 것이 익숙해졌을 경우 칫솔로 닦기 시작하면 된다. 최소한 2일에 1회는 칫솔질을 해줘야 한다. 단, 치석이 많이 생성된 경우 칫솔질은 거의 효과가 없다. 칫솔질보다는 치과치료가 필요하다."

[인터뷰] 국내1호 동물치과병원 '이비치' 김춘근 원장

반려동물의 치주질환을 알 수 있는 증상은? 구취가 나면 질환이 있는 거라고 하는데 그냥 입냄새가 날 수도 있지 않을까?

"구내염의 냄새는 음식 냄새와 판이하게 다르다. 냄새가 나면 이미 잇몸이나 치조골에 염증이 있다는 뜻이고 이런 경우 이를 닦아도 냄새가 난다.

동물들은 치아질환이 점점 진행될수록 아픈 쪽으로는 안 씹으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음식 마찰이 없어져 플라그가 생기고 치석이 쌓이고 또 플라그가 더 달라붙고 계속 빌트업이 되어 잇몸을 덮어가며 잇몸 속에서 치주염이 생기는 것이다. 치주염은 치아를 망가뜨릴 뿐만 아니라 전신질환의 원인이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

이비치 홈페이지의 사고대처요령에 보니 사고로 이가 빠졌을 때 즉시 저지방 우유에 담아 병원에 오라고 되어 있던데 빠진 이를 다시 넣을 수 있는 건가?

"상태에 따라서 다시 넣을 수 있다, 이를 다시 붙으려면 이 표면의 세포들이 영양공급을 받아야하는데 일반가정에는 의료용 보존액이 따로 없으므로 가장 가까운 성분인 저지방 우유에 담아 오라고 한 것이다."

치과치료는 전신마취로 진행한다고 들었다. 사람도 전신마취 수술이 끝나고 깨어날 때 괴로운데 동물들도 그런가?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예방을 위해서 마취 전부터 진통제를 쓴다, 환자에 건강상태에 따라 진통제도 여러 가지를 쓰는데 오늘 수술한 치와와의 경우 심장이 안 좋아서 붙이는 패치용 진통제를 쓰고 있다. 우리병원에는 20가지의 진통제가 있다. 일반 병원에서 다 갖추기는 힘든데 치과는 통증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모두 갖추고 있다."

치과진료를 받고 나면 개들이 달라지나?

"그렇다, 공통적으로 모든 개들이 '회춘을 했다'고 표현할 만큼 굉장히 활발해진다, 치과염증에 시달리면 개들이 열이 나고 잘 움직이지를 않고 먹지도 않는다. 보호자들은 그런 개들을 보고 나이가 먹어서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해버리는데 치료 후 예전처럼 짖고 애교부리고 뛰노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놀란다. 개들이 늙은 것이 아니고 아픈 것이었다."

수의사의 길을 걷는데 특별한 동기를 부여해 준 일이 있는가?

"첫 병원 오픈날이었다. 위급한 심장병 환자가 왔는데 우여곡절 끝에 밤을 새고 그 아이를 치료해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냈다. 17살 먹은 아이를 20살까지 더 살게 한 것이다. 그 아이를 치료하면서 "수의사라는 직업이, 생명을 살린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다.

그 당시(90년대)에는 심장병 진료도 안 될 때고 CT나 초음파도 없었고 엑스레이만 있던, 청진기로 진료하던 시절이었다. 치과 스켈링 같은 건 아예 없었고 검사 하나 하려고 하면 보호자들이 뭐 이런 걸 해서 돈을 버느냐며 오해도 많이 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우리세대가 소동물임상의 붐을 일으키고 한국수의학을 발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세대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국내1호 동물치과병원 '이비치' 김춘근 원장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치과원장으로서 상당히 안타까운 점은 시기가 늦게 와서 많은 이를 잃게 되고 치료를 해도 재발하거나 병을 달고 살아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6개월에 한번은 구강검진을 권장한다. 나이 많은 애들은 3개월마다 오는 것이 좋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치과다. 우리가 암이나 노화, 심장병을 예방하진 못하지만 치과는 수의학에서 유일하게 예방을 할 수 있는 질환이다.

또 치과질환은 전신질환으로 연결되므로 정기적 방문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반려동물들이 구강질환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잠시 들여다본 환자회복실에는 조금 전 종양제거를 마친 치와와가 가족들과 기쁨의 시간을 나누고 있었다. 보호자는 안부를 묻는 기자에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 다행이에요"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 원장이 말한 수의사로서의 보람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애견신문 최주연 기자 4betterworld@naver.com

/사진 이형구 기자 ynotstudi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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