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독일 Limburg에서 잔악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 사건에 독일과 네덜란드의 과학수사견팀이 함께 참여했다.
어느 이른 아침 한 터키 여성이 습격을 받았다. 그녀는 주변 사람을 부르기 위해 소리쳤고, 범인은 도망쳤다. 피해 여성은 중상을 입었다. 바로 30분 뒤 출근 중이었던 또 다른 여성이 근처에서 두개골이 파열된 채 살해되었다. 살인자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채고는 머리를 벽에 짓찧은 것으로 추정됐다. 뽑혀나간 머리카락 3다발이 근처에서 발견됐다.
두 여성의 옷에서 같은 옷 섬유가 발견되었다. 동일범의 소행이었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지난 5년간 폭력으로 여러 번 형을 받은 자였다. 용의자의 양부모 진술에 의하면 살인 다음날 용의자는 자신의 옷을 소각로에 태웠다고 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양부모는 양아들에 대한 두려움에 진술을 철회했고 살아남은 피해자 터키여성도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 못해 결정적인 법과학 증거가 없었다.
이에 체취선별을 위한 과학수사견이 투입되었다. 범인이 뽑아낸 머리카락이 증거물로 보관되어 있었다. 실험에 참여한 두 마리의 개가 모두 용의자를 지목했다. 독일에서는 3마리의 개가 모두 일관되게 지목해야 증거로 채택되었다. 독일에는 더 이상의 과학수사견이 없어서 이웃 네덜란드에서 추가로 3마리의 개가 왔다. 총 5마리의 개들은 모두 머리카락 다발 냄새와 용의자의 냄새가 동일하다고 판정했다.
머리카락은 냄새의 보고이다. 두피에는 피지선이 많아 지방산 형성이 용이하고 이로 인해 사라마다 독특한 냄새를 만들어 낸다. 자신의 지방산으로 형성된 범인의 냄새가 피해자의 지방산과 겹쳐졌다. 피해자 냄새가 강하지만, 개들은 그 머리카락 다발에서 범인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었다.
독일 법원은 이 증거를 받아들고는 판결을 내리기 전 많은 고민을 하고 주저했다. 다행히 2001년 4월 신기법을 활용하여 DNA검사를 통해 피해자 여성의 옷에서 범인의 혈흔을 확인할 수 있었고 범인은 정신치료 후 15년을 구형받았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과학수사견들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5마리의 개가 용의자를 지목하지 않았다면 법원은 이 사건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살인사건은 미제로 남았을 것이다. (기사의 사진과 내용은 탁월한 후각 능력을 이용해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견에 대한 책 '과학수사견과 체취선별'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애견신문 최주연 기자 4betterworl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