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보호자 교육 전문가 전찬한 교수를 만났다.
전찬한 교수는 현재 반려동물병원 '이리온' 교육이사로 반려견과 보호자들을 위한 행동교육을 강의하고 있으며 호서전문대학교 애완동물학부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삼성에버랜드 반려견 아카데미를 담당하기도 했던 전 교수는 영국 KENNEL CLUB 반려견 예절교육 강사(GCDS), 영국반려견 훈련사협회(APDT) 고급 강사과정 수료, 어질리티 국제심사위원 및 국제대회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리온 청담점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이 모자라고 아쉬울 만큼 '즐겁고 재밌고 알찬' 강의 시간이었다. 턱없이 부족한 지면이지만 그 알찬 강의를 옮겨보았다,
국내에 세 명 뿐인 영국 반려견 예절교육(GCDS) 강사이자 심사위원이라고 들었다.
반려견과 관계된 가장 큰 권위 있는 단체가 영국 켄넬클럽이다. 여기에서 주관하는 반려견 훈련 자격증 제도를 GCDS(Good citizen dog scheme)라고 하는데 '예의바른 시민이 될 수 있는 반려견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라는 표현으로 우리가 너무도 지향해야할 바가 아닌가 싶다.
GCDS는 반려견과 주인이 함께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받는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에 3명한테만 심사위원 자격을 부여했다.
반려견과 주인이 함께 받는 자격증이라니 굉장히 흥미롭다.
GCDS는 낚시에 비유하자면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를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훈련문화는 보호자는 제외되고 반려견만 훈련기관에 위탁되어서 훈련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이 아무리 훈련을 잘 받아와도 보호자가 바뀌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들을 해소시키기 위해 영국의 경우 보호자와 반려견이 같이 교육 받는 것이 활성화 되어 있다.
반려견이 자격증을 받으면 뭐가 좋은가?
영국의 경우, 지자체에 따라 다르지만 반려견의 공공장소 출입이 자격증이 있으면 자유롭다. 또 집주인이 자기 집을 개들이 망가뜨리거나 이웃들과의 마찰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세입자들에게 이런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자격증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일정 요건을 갖추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목줄 착용의 소극적 범주에 머물러 있지만 이런 자격증 제도가 그 나라의 반려견 문화의 전반을 터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자격증을 받기 위해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자격증은 bronze, silver, gold로 분류된다.
브론즈 단계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로 청결 및 명찰 착용 등의 기본적인 보호자의 책임감을 평가하는 것이다. 배변봉투를 휴대했는지, 제대로 된 목줄을 착용했는지(쇠줄은 안된다)를 보고, 반려견이 목줄을 차고 보행하고 출입문 통과하는 것, 앉아 엎드려 등으로 통제가 가능한지를 본다. 또 다른 사람들과 개들 사이를 오갈 수 있는지 본다. 사회화 훈련이 안되어 있다면 이 경우 걷지를 못한다.
브론즈는 간단해 보인다. 골드는 많이 어려운가?
골드 레벨의 자격증을 부여 받은 견은 국가에서도 인정하기 때문에 공공장소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어려운데 특히 가장 견주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안정된 상태로 혼자 있기'다. 이것으로 분리불안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평가 방법은 견주가 반려견에게 2미터 되는 줄을 채우고 2~5분 동안 숨는다. 그 동안 반려견이 짖거나 낑낑거리거나 부산스러운 행동을 하면 안된다. 보호자 존재 유무에서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
개가 주인 없이 가만히 있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대부분 한국의 반려견들은 잘 안 되는 부분이고 사람들도 공감 못한다. 한국에서는 오직 내가 이 강아지를 끝까지 다 챙겨줘야 한다는 과도한 의무감들이 있어서 개를 혼자 있게 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고 거부감을 갖는다. 그렇게 키워진 강아지들은 혼자 있을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개발이 안 된다.
그렇게 자란 반려견에게 혼자 있게 하는 것은 때리는 것만큼 정서적인 벌이 되어 버린다. 반려견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더 힘들게 하는 것. 아마도 내 자녀만큼은 금지옥엽으로 키우는 국민정서의 연장인 것 같다.
자격증이 남발되는 한국의 경우 반려견까지 자격증 시험을 보게 한다는 것이 좀 과해 보인다.
영국의 GCDS 자격증은 그야말로 실용적인 것이다. 반려견과 관련해서 어떤 어려움이 없도록 훈련의 필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지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최근 활동에 대해 여쭙겠다. 종영이 결정되기는 했지만 'MBC 일밤 유치원에 간 강아지'에 출연하셨는데?
청담 이리온 유치원에 다니는 '멜'과 함께 4회까지 출연해 배변교육 관련 설명과 문제행동 등 전반적인 자문으로 참여했다.
강남, 돈스파이크, 서장훈과 함께 촬영했는데 가장 동물과 친화력이 좋은 연예인은 누구인지?
딱히 한 사람 고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들 가식 없이 진정성 있게 개를 좋아하더라. 단, 개는 외모나 덩치, 행동 등을 보고 누구에게 갈 지를 과거 기억에 의해 판단한다.
다양한 반려동물 행사에서 강의와 상담을 진행하고 계신데 가장 많은 질문이 무엇인가?
보호자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문제행동은 '짖기, 배변, 물기' 등이다.
반려견들의 행동문제는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로 바뀌기 힘들 듯이 어느 날 갑자기 고쳐지기는 어렵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착화된 나쁜 행동을 빠른 시간 안에 고치려고 한다.
그럴 때 보통 쓰는 방법이 때리거나 목을 조이거나 하는 것인데 그런 방법은 일시적인 효과일 뿐, 벌주는 강도만 세어진다. 이럴 경우 번려견들은 더 예민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할 뿐이다.
또 온라인에 무분별하게 떠도는 오래된 지식도 문제다. 얼마 전 신문지를 말아 강아지 코를 때리면 효과적이라는 뉴스 기사까지 나왔더라. 결론을 말하자면 잘못된 정보다.
반려견 행동교정에 대한 보호자 교육을 받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리온 공식블로그(blog.naver.com/irion_story)에 '보호자와 함께 공부해요' 코너를 마련해 반려동물 교육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글들만 다 읽어봐도 스스로 많은 부분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리온 청담점에서 '희망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
6년 동안 갇혀서 제약회사 실험에 활용되었던 비글 10마리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기 위한 프로젝트로 '동물과 함께 하는 행복한 세상'과 진행하고 있다. 벌써 3마리가 입양되었다.
실험견들이 왜 다 비글인가?
비글이 체중이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여건들이 가장 사람들과 유사하고 실험하기 편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학대당한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가능할 수도 있고 아예 불가능하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강아지가 어떤 부분에 결함이 있는지에 따라 다르고 트라우마 깊이에 따라서도 다르다.
입양을 간 실험견 비글들은 극복이 되어서 보낸 게 아닌가?
100프로 극복이 된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출발점이 앞서 있고 다른 여건에서 안착가능성이 있는 애들이 먼저 입양 갔다고 보면 된다,
그 아이들이 처음 왔을 때 한 달 동안 짖지도 않았다. 한 달 반이 되면서 겨우 깔아준 매트를 씹기 시작했다. 매트를 씹는다는 것이 어느 정도 강아지들의 감정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뜻이다. 정서적으로 덜 불안하기 때문에 매트도 씹고 정상적인 개들이 보이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실험실에 갇혀 6년을 산 아이들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50살인데 지금까지 가져온 가치관이나 사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단시간에 고치기는 무리다.
유기견 입양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유념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한 생명을 살리는 것은 정말 숭고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반려견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 입양 전에 많이 공부하고 키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유기견은 연령, 교육상태, 사회화 정도를 미리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입양 전에 내가 정말로 이 강아지에게 정성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금전적, 시간적으로 충분한지, 그리고 정서적 결여를 커버할 수 있는 지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한다.
유기견 보호소에서도 이런 갱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했으면 좋겠다, 마음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갱생 프로그램을 거치고 나면 입양이 더 쉬울 것 같다.
무조건 "생명을 살려주세요"라고 감정에 호소하는 것보다는 '이 아이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고, 입양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한다'를 보호자에게 잘 인지시킨 후 입양 보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보호소로 되돌아오는 일 없이 입양을 활성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8살 된 반려견 '필립'의 간식을 만들기 위해 고구마 농사를 빨리 지어야 한다는 전찬한 교수는 '직업병이 뭐냐'는 질문에 남다른 관찰력을 필요로 하기에 네잎 클로버를 잘 찾는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이어 전 교수는 자신의 풍부한 경험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객관적으로 강아지를 바라보고 다루게 되길 바란다면서 그러기 위해 "저를 이용해주세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애견신문 최주연 기자 4betterworl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