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독 한국인 월드챔피언을 배출한 '2013 스카이하운즈 월드챔피언십 대회'가 지난 9월25일부터 29일까지 미국 테네시 체터누가에서 열렸다.
스카이하운즈 세계챔피온십 대회는 사람과 개가 원반을 던지고 받는 디스크독(원반견) 스포츠로 프리스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1974년 미국에서 처음 열린 스카이하운즈는 '원반 스포츠를 통한 사람과 개의 유대관계 형성'을 취지로 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디스크독 대회다.
16개국 4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한국팀은 최초 참가, 최초 월드챔피언 등극이라는 값진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위해 한국 선수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한 스카이하운즈코리아 이기우 대표가 도그스포츠 기록의 현장에서 생생한 경험들을 애견신문 독자들에게 전해왔다. 이기우 대표는 지난 6월 제1회 스카이하운즈 월드 챔피언십 코리아 대회를 개최하고 스카이하운즈 카페(cafe.naver.com/skyhoundz)를 통해 일반인들을 위한 원반 무료교육을 실시하는 등 한국의 디스크독 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조금은 낯설지만 애견인이라면 한번쯤 동경했을 디스크독, 그 세계적인 선수들이 미국에서 펼친 월드챔피언십 스토리를 이번호부터 3회에 걸쳐 이기우 대표에게 들어본다.
2013년 9월 18일부터 10월 4일까지 저는 한국팀의 감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디스크독 대회인 스카이하운즈 월드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상준 선수(고양 한솔훈련소 소장), 조영종 선수(천안 동산훈련소 소장)를 대동하고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이 대회에 한국 팀의 참가는 최초였으며, 그 외에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을 만한 많은 경험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애견문화의 선두국, 미국 도착
미국은 애견 문화를 이끄는 선두국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수 없이 쏟아지는 동물 관련 지식과 서적을 비롯해서 그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풍부한 애견 인프라, 거대한 시장, 개를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문화, 유기동물 시설과 시스템 등 우리나라가 롤 모델로 여기고 뒤 쫓고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디스크독도 마찬가지입니다. 1970년대에 생긴 이 스포츠도 미국 동부가 기원입니다. 이런 풍부하고 깊이 있는 애견문화가 자리 잡힌 미국에 간다는 것은 어떤 애견인이라도 설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연습 시작과 대회 준비
긴 비행으로 한국팀 전원과 참가견들은 컨디션 난조와 시차 부적응으로 며칠간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도 매일 공원에 나가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자주 찾는 장소는 Decatur에 있는 Lake Claire라는 공원으로 개를 풀고 뛸 수 있는 넓은 잔디가 있고 다른 미국의 견주들의 왕래도 많은 곳이라 연습을 하고 감을 익히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였습니다.
또 기회만 된다면 다른 곳에서도 연습을 빠짐없이 했습니다. 다양한 장소의 경험은 필요한 것이었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넓게 잔디가 펼쳐진 장소가 많습니다.
저녁에는 대회에 참가하는 세계 선수들 영상 확인과 조영종 선수의 프리스타일 곡 선정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기가 어려웠습니다. 스카이하운즈 대회에서는 Micky Rule(미키 원칙)이라는 규칙이 있어서 프리스타일에 사용될 곡에는 디즈니랜드에서 들을 법할 노래만 선정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노래에 욕설이나 외설적인 내용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이죠.
오픈 부문(1라운드-프리스타일, 2라운드-D/A, 3라운드-프리스타일)에 출전하는 조영종 선수는 원래 싸이의 잰틀맨을 선곡했었는데, 노래 중간에 Damn Girl이라는 가사 때문에 싸이의 챔피언으로 노래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디스크독 월드챔피언 피터 블룸과의 만남
피터 블룸은 최연소 사람 원반 월드챔피언, 그리고 월링 위저드(Whirling Wizard)와 매직(Magic)이라는 녀석과 두 차례 디스크독 월드챔피언이 된 경력이 있는 스카이하운즈 대회 관장자입니다. 10대에 사람 원반 선수로 최연소 챔피언이 된 피터 블룸이었기에 디스크독 초창기 그가 전파한 스로윙은 지금도 기본 스로윙의 정석이 되어 있습니다.
Hyperflite사 창립자인 그는 현재 디스크독의 원로로서 세계 각국에서 세미나를 열고 관련 스포츠를 보급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반세기에 가까운 디스크독 역사에서 피터 블룸이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디스크독이란 스포츠가 있기까지 보급과 육성에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입니다.
피터 블룸은 애견협회에서 두 차례, 스카이하운즈 코리아에서 한 차례 등 세 번 한국으로 초청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금년 스카이하운즈 코리아 국제 예선 대회 개최로 한국에 대한 각별한 기대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세계 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한 한국팀에게 특별히 신경을 써 주었습니다.
미국에 도착했을 때 마중을 나와 주었고, 대회 전에도 수차례 만나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 미처 생각지 못한 루틴에 대한 보안점을 알려주기도 했고, 세계 대회의 채점 기준에 대한 이해를 명확하게 해 주었습니다. 디스크독 역사의 산 인물과는 같은 전설적인 분이 한국 팀에게 주는 호의는 감사함이라는 표현 가지고는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피터 블룸이 우리에게 강조한 것들이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당신들은 남들이 쉽게 결정하지 못한 시간과 경제적인 희생을 감수하고, 미국까지 오는 용감한 결정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한국의 첫 출전자로서 앞으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들을 이미 행동에 옮긴 선구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여러분들은 대단한 일을 한 것입니다. 디스크독 역사상 대회 첫 출전국에서 월드 챔피언이 나온 전례는 없습니다. 수상은 영예가 되겠지만, 수상을 넘어서서 여러분들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대단한 겁니다. 세계 다양한 선수들과의 교류,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세계 대회장의 공기의 흐름, 여러 선수들의 다양한 기술과 경험, 그들의 개 등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순간들, 한꺼번에 밀려드는 감동,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배움들을 즐기도록 하세요. 그런 경험과 배움들은 분명히 여러분을 성장시킬 것입니다."
저는 독스포츠 보급과 발달로 인해 우리의 개들이 어떤 혜택을 누리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활동성 강하고 지적 자극이 필요한 수많은 개들이 집 안에서 혹은 줄에 묶여 그 특성과 성격이 표출되지 못 하고 상처받고 있습니다. 많은 견주들이 방법을 몰라 개들이 활동하며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는 일을 적절히 못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즐기고 우리의 개들이 행복하게 뛸 수 있는 이 스포츠를 알리고 보급하는데 일생을 헌신하고 있는 피터 블룸 같은 분의 노력이 없다면, 이 문화는 현재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활동성 강한 개들의 견주로서도 깊이 감사할 일입니다. 글,사진제공:스카이하운즈 이기우 대표
(다음호에는 '세계에서 모인 디스크 도거들의 잔치'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