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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사람, 그리고 이스탄불의 공존 '고양이 케디'

이경한 2017-10-31 00:00:00

고양이와 사람, 그리고 이스탄불의 공존 '고양이 케디'
▲ 사진 출처 : 픽사베이

한국에서 인기리에 상영한 영화 '고양이 케디'(원제 : Kedi). 터키어로 고양이를 의미하는 케디들와 이스탄불 주민들의 따뜻한 공존을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어딘가 모르게 미소짓게 된다.

이스탄불에서 고양이들은 불청객이 아니다. 오히려 주인이다. 거리의 주인인 이들과 이스탄불 주민들의 이야기를 멋지게 그린 제다 토룬(Ceyda Torun) 감독은 이스탄불 태생으로 거리의 고양이들을 친구로 맞으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후 요르단을 거쳐 미국 등지에서 거주했으며 몇 년 전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와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하고 있는 그는 동물전문매체 E-sv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케디에 쏟아부은 열정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고향, 이스탄불 그리고 다큐멘터리

토룬 감독에게 이스탄불은 특별하다. 한때 약 10여년간 이스탄불에 오지 못했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변명거리를 만들어서라도 매년 한 번 이상 방문한다고. 그는 자신의 영화 관련 파트너들과 함께 영화사(흰개미 필름스)도 설립했는데 이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야 한다는 그들의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는 제가 뿌리를 잃지 않도록 해주셨어요. 그 덕에 매년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이스탄불을 볼 수 있었죠.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고양이들이었어요. 이스탄불에서 고양이에 관한 영화를 시작하면서 그들은 매우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라고 회상했다.

토룬 감독에게 이스탄불의 길거리 고양이에 관한 장편 다큐멘터리 기획 아이디어는 좋은 시기와 맞물렸다. 그에 따르면 영화를 촬영하기 시작했을때 인터넷에서는 고양이들에 관한 자료들이 터져나오며 마치 고양이 르네상스와 같은 상황이 펼쳐졌었다. 그러나 배경을 이스탄불로 정하는 것은 매우 쉬운 결정이었다. 세계 도처에 많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지만 이스탄불의 주민들이 대하는 방식으로 고양이들을 대했던 곳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 이스탄불과 고양이들의 상호작용 관계는 그 어느 곳보다 특별했다. 토룬 감독은 흔히 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고양이를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고양이와 사람, 그리고 이스탄불의 공존 '고양이 케디'
▲ 사진 출처 : 유튜브

관객의 시각

첫 번째 영화상영은 지난해 이스탄불에서 진행됐다. 관객들의 반응은 당연히 긍정적이었고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이스탄불 거주민이 아닌 단지 방문객의 입장에서 이스탄불의 주민들과 고양이, 그리고 도시를 이해하는 것은 다를지 모른다. 감독에게 이스탄불과 고양이는 어린시적의 즐거운 추억이고 기억이다. 터키인으로서 이 영화는 고양이와 사람들과 도시를 낭만적인 감성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나 외국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배경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들에게 정서적으로 연결돼있지 않고 가사나 단어는 이해되지 않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영화 속 곳곳에서 발견되는 사회적인 뉘앙스들은 터키인들에게는 멋진 것으로, 외국인들에게는 또한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멋질 수 있다.

물론 외국 동물 애호가들의 입장에서는 길거리의 고양이들이 마냥 행복해 보일 수만은 없다. 감독 역시 그런 부분들을 이해했다. 그가 터키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은 터키인들의 대다수가 고양이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인간들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 그는 "물론 인구가 과잉 상태에 있고 많은 사람들이 시련 속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에는 선함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점들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지요"라고 말한다. 이 점은 케디가 다른 호주나 캐나다, 미국 등의 외국 관객들에게 인기를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뉴스들이 비관적인 오늘날 이처럼 우리를 상기시켜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케디는 현재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본 터키 영화가 됐다. 감독은 미국인들이 이 영화로 터키와 터키인들을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자신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서로 갈등이 고조되고 배척하는 오늘날, 중동의 한 국가로서 터키의 이미지가 외국인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터키 명성에 대한 경이로움 가져다준 영화라는 것.

고양이와 사람, 그리고 이스탄불의 공존 '고양이 케디'
▲ 사진 출처 : 트위터

음악

영화에서는 한 고양이가 연어와 편육, 치즈 등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의 배경음악은 바로 'Peki Peki Anladik("그래그래 알겠어"라는 의미의 터키어)'. 감독은 대부분의 음악을 자신의 취향에서 선택했다. 모두 자신이 자라오면서 감정적인 교류를 받은 음악들이다. 영화 제작자이자 친구인 제이넵 보이네르(Zeynep Boyner)의 조언을 얻거나 세대 간의 피드백을 구하기위해 친구와 가족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서구 음악의 영향을 받은 터키 음악가들과 반대로 동양이나 터키 음악의 영향을 받은 서구 음악가들을 찾는 것이었다. 가령 과거 40~50년대에 터키와 이란을 여행한 재즈 뮤지션 로이드 밀러(Lloyd Miller)는 토룬 감독에게 엄청난 수확이었다. 밀러는 재즈를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현지 음악들과 재즈 음악을 녹음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터키 음악을 만드는 프랑스계 터키 뮤지션의 작품 등 동서양을 연결하는 이스탄불로서의 역할을 하는 음악들을 만날 수 있다.

감독의 반려동물

아이러니하게도 토룬 감독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아니 반려동물을 독점적으로 소유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그는 "거리의 고양이이던 야생동물이던 혹은 농장에서 사는 동물이던, 모든 동물은 자신만의 영역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유 이전의 책임이란 문제를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바쁜 삶을 유지하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업무로 반려동물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면 이는 분명 반려동물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영화의 주인공들이었던 고양이들과 헤어지는 것은 감독에게 큰 고통이었다. 그러나 고양이들에게 데려가도 되는지, 자신들의 영역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도 되는지 등에 그들에게 직접 의중을 물을 수 없는 점은 토룬 감독에게는 죄책감으로 다가왔다는 것. 그는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닌 도시 환경에서 자연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그로 인해 자연에서 그들이 살 수 있도록 하는 다른 많은 방법들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편을 택했다. 사람들이 사는 환경에서 자연을 소외시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

영화의 주인공들

감독은 의외로 아주 간단한 과정으로 촬영할 고양이와 인터뷰할 사람들을 선정했다. 2013년 여름 이스탄불을 3개월간 방문해 초기 기획단계를 거쳤는데, 당시 그는 이 도시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과 무작위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사람들과 고양이의 관계가 이 영화 기획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알게됐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에 전해들은 수많은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가령 어느 이슬람 사원에 있는 고양이나 어느 목욕탕에 있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들이다. 처음 알았던 35마리의 고양이들 가운데 19마리의 고양이들을 후에 다시 볼 수 있었고 이후 영화 예산과 시간상의 이유로 주인공은 7마리가 됐다.

또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만났다. 감독에게 있어 고양이에 관한 영화를 만드려는 자신들과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역시 흥미로웠다는 것. 이들 외에도 감독과 인터뷰한 많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양이와의 관계로 인해 자신들의 삶에서 깊은 통찰력을 얻은 이들이었다. 이들은 고양이들과 함께 영화에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토룬 감독은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 많은 케디들의 이야기를 담길 바라고 있다. 그녀의 열정 덕분에, 터키 이스탄불의 고양이 이야기는 결코 끝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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