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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의 가족' 반려동물, 미술작품으로 만나요

최주연 2013-05-29 00:00:00

경기도 미술관 가족체험展 <가족이 되고 싶어요–반려동물 이야기>

'제 3의 가족' 반려동물, 미술작품으로 만나요
▲ <가족이 되고 싶어요–반려동물 이야기> 전시중인 경기도 미술관 전경

"한 나라의 위대성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경기도 미술관 가족체험展 <가족이 되고 싶어요–반려동물 이야기>에서 제일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입구에 쓰여 있는 마하트마 간디의 명언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동시에 연간 버려지는 반려동물 수가 10만 마리에 달하고, 곳곳에서 동물학대가 자행되는 등 아직 미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미술관은 미술작품을 통해서 반려동물이 장난감처럼 만지며 즐기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인식을 환기시키고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가족이 되고 싶어요–반려동물 이야기>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생명의 존귀함에 대해 발언해온 시각예술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잡지 편집장, 동물복지단체 등이 참여했다. 참여 작가의 작품들은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섹션으로 구분되어 전시중이다.

하나, 가족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반려동물들

'제 3의 가족' 반려동물, 미술작품으로 만나요
▲ 박형진 작가의 'Hug'를 감상중인 관람객들

◇이번 전시회의 광고이미지에는 강아지와 포옹하는 소녀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박형진 작가의 로 '동물친구'들을 안아주는 소녀의 따뜻함과 교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와 함께 <내 개와 나> 시리즈를 전시중이며 작가 자신이 키우던 개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켜 교감과 소통을 담아내고 있다.

'제 3의 가족' 반려동물, 미술작품으로 만나요
▲ 곽수연 작가의 그림들

◇작가의 삶 속에서 애착을 갖게 된 '개'를 그리며 삶에 대한 에피소드와 존재감을 이야기하는 멍멍작가 곽수연은 "개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는 내 일상 소소한 곳에서 출발했다. 내 삶 중간 중간에 끼어서 애착을 갖게 한 네 발 달린 동물...말은 못하지만 나에게 살아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 생명체이기도 하다."라고 작가노트를 통해 말했다.

'제 3의 가족' 반려동물, 미술작품으로 만나요
▲ 노석미 <나의 털복숭이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표현하는 노석미 작가는 가족으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고양이를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나의 털복숭이들 (My Good Puss)> 시리즈를 전시중이다.

'제 3의 가족' 반려동물, 미술작품으로 만나요
▲ 김현성 작가의 <먹물이>

◇문화잡지 'OhBoy!'의 편집장이자 패션 포토그래퍼인 김현성은 'OhBoy!'를 발행하게 된 계기가 된 반려견 '먹물이'를 찍은 사진들을 소개한다. 그 중 눈이 프린트된 선글라스를 쓴 먹물이의 사진인 '먹물이 8'은 대중들에게 익히 많이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김현성 작가는 본인의 저서 '그린보이'에서 "먹물이가 하늘로 간 이후로 너무 힘들었지만 내 인생관은 통째로 뒤집어졌습니다. 먹물이가 나에게 주고 간 선물은 상상 이상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의 탐욕과 시기를 혐오했지만 나 자신도 그 안에서 살거나 세상을 혐오하는 것 대신 내가 갈 길을 그 작은 아이가 가르쳐 주고 떠난 것 같았어요." 라며 하늘로 떠나보낸 반려견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표현한 바 있다.

둘, 사람과 함께 살다 버려진 유기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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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남 작가의 <1,025>를 보는 어린 관람객

◇전시장 1층에는 많은 공간을 할애해 전시한 강아지 조각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는 미술가 윤석남의 작품 <1,025>로 포천 애신의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버려진 1,025마리의 유기견을 모티프로 5년에 걸쳐 작업한 개 군상 시리즈다.

작품 속 개들은 숨을 쉬지 않는 조각인데도 불구하고 표정과 눈동자에서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이 배어난다. 작가는 작품을 만든 동기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필요할 때 데려왔다가 싫증이 나면 생명체를 물건처럼 버리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개는 태생이 사람과 같이 살게 되어 있는 동물이다. 개가 우리에게서 얻는 것보다 우리가 개에게서 얻는 것이 더 많다. 버림받은 생명들의 슬픔과 외로움에 대한 연민이 뭉쳐져 <1,025>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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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정 <나를 기억해>

◇유기견에 관한 일러스트레이션 작품들을 전시중인 김혜정 작가는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내 삶 속으로 들어온 작은 개 '자몽이'로부터 시작되었다. 많은 반려동물들이 버려지고 있었고 자몽이도 그런 개들 중 한 마리였다. 유난히 측은해 보이는 외모와 눈빛이 계속 마음에 걸려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임시보호'란 것을 처음 하게 되었다."고 작품의 동기를 밝혔다.

김작가는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외에도 이종혁 감독과 함께 만든 '당신이 버린 개에 관한 이야기'를 이번 전시회에서 상영하고 있다. '당신이 버린 개에 관한 이야기'는 버려진 개가 주인을 기다리다 죽는 내용의 5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셋,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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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복지와 권리 확장을 위한 활동을 하는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전시에서 만화가 정우열의 <올드독 동물기>를 통해 그간의 활동을 쉽고 재밌게 만화로 표현했다. 또한 반려동물에 대한 제작 영상과 서적들을 전시중이며 시인 손현숙과 함께한 포토에세이 '나는 사랑입니다'도 만나볼 수 있다.

"버려진 동물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우울증을 앓는다. 자신을 부정하고, 분노하고, 타협하고, 우울해하고 그리고 수용하는 그 모든 과정이 어쩌면 사람과 똑같을까. 부탁하노니 사랑을 과하게 부리지도 마시고 느닷없이 거두지도 마시라." ('나는 사랑입니다' 중에서)

전시회를 기획한 경기도 미술관 최효준 관장은 "지금 우리와 살고 있는 동물은 인간과 함께 삶의 희노애락을 나누는 파트너로서의 동물, 즉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고 합니다. 반려는 '짝'을 말합니다. 짝은 단순히 보살펴 주고 귀여워 해주는 장난감 같은 존재가 아닙니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인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상대입니다." 라고 현대사회의 반려동물에 대한 의미를 되짚었다.

최관장은 이어 "이번 전시는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 생명의 끝까지 함께 할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반려동물에 대한 바른 인식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밝혔다.

생명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가족이 되고 싶어요-반려동물 이야기>는 7월 21일까지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다.

애견신문 최주연 기자 4better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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