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함께 가장 오래된 반려동물 중 하나인 고양이가 인간과 공존하게 된 것은 약 1만년 전,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부터이다. 당시 이 일대에서 인간은 도시를 형성해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야생 고양이 몇몇이 도시에 터를 잡고 설치류 등을 잡아먹으며 살았다.
2001년 키프로스 남동쪽 실로우로캄보스에서 발굴된 무덤에서 고양이 유골이 함께 발견됐는데, 학자들은 이 고양이가 인간과 같이 산 가장 오래된 고양이인 것으로 추정한다.
고양이를 본격적으로 반려동물로 기르기 시작한 것은 이집트 시대로, 4,000~5,700년 전 쯤의 무덤에서는 흔히 고양이 뼈가 출토됐으며 개중에는 사람처럼 정성스럽게 미라로 만든 것도 있다.
농업을 주로 하던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쥐를 잡는 고양이가 일반적인 가축이 아닌 신성한 존재로까지 떠받들어졌다. 이집트 신화의 바스테트라는 신은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국가에서는 고양이를 기르는 집에 세금 감면 혜택까지 줬다고 한다.
고대 문명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고양이에게 상당히 좋은 대우를 했다. 특히 이슬람교의 마지막 예언자 무함마드는 유난히 고양이를 귀여워했으며, "고양이는 인간의 친구"라고까지 말한다. 엄격한 모스크의 예배 중에도 고양이는 청결한 존재로 간주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며, 사람의 음식을 고양이와 나눠 먹는 것도 허용된다.
이들 지역에서 개를 돼지와 함께 불결하게 취급하며, 지금도 마약탐지견을 활용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밖에도 미얀마나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곡창 지대에서도 고양이는 쥐로부터 쌀을 지켜주는 소중한 존재로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반면 유럽 등지에서는 가축으로서의 고양이의 유용성이 크지 않았고, 불길한 동물이라 해서 박해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특히 중세 시대에는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검은 고양이는 사탄의 분신"이라고 하면서 수많은 검은 고양이들이 불에 타 죽었으며, 다른 고양이들도 잡아 죽이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고양이 학대는 마녀사냥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당시 마녀로 몰린 여성들은 대부분 혼자 살면서 병을 고쳐 주거나 점을 쳐 주며 생계를 이었다.
이들이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많이 기르다 보니 고양이 역시 마녀의 심부름꾼으로 불려 함께 박해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마구잡이로 고양이를 잡아 죽인 결과 쥐의 숫자가 엄청나게 불어나 페스트 창궐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한다.
결국 고양이 학대는 근세 이후 유럽 사회가 발전하면서 조금씩 사라졌다. 이후 근대에 접어들면서 고양이는 다시 사람들 곁에서 친근한 반려동물로 자리 잡았다.
특히 15~17세기 대항해시대에 고양이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배 안에 들끓는 쥐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원들은 '쉽 캣(Ship cat)'들을 태웠던 것이다.
미신을 많이 믿던 선원들은 고양이를 다치게 하면 불운이 찾아온다거나 고양이가 선원에게 먼저 다가가면 행운이 온다고 믿었다. 고양이는 배 위에서 기르기에 매우 적합한 동물이기도 했다.
먹이를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산책도 필요 없으며 배설물도 알아서 가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작 뉴턴이나 윈스턴 처칠 등 유명인사들이 고양이를 사랑한 것도 고양이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해소되는 데 일조를 했다.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도록 문에 작은 구멍을 내 '고양이 문'을 최초로 만들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평생 우울증을 앓았던 윈스터 처칠은 고양이 '조크'를 애지중지해 전시 비상 내각 회의 때에도 보좌관 자격으로 참석시킬 정도였다.
▲ 출처 = 픽사베이 |
'황무지'라는 시로 유명한 T.S. 엘리엇은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이라는 시집을 통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익살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통해 인간 사회를 풍자했다. 이 작품은 오늘날 너무나 잘 알려진 뮤지컬 '캣츠'의 원작이 되었다.
그밖에도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지내던 집에는 지금도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드나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 화가 변상벽이 다양한 '코숏' 고양이의 친근한 모습을 묘사하는가 하면 임금 숙종도 '금손'이라는 고양이를 곁에 두고 직접 먹이를 주며 보살폈다.
강아지에 비해 반려동물 선호도에서 밀리던 고양이는 최근 들어 '냥덕' 신드롬을 타고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르는 고양이 '찡찡이'도 대한민국 최초의 퍼스트 캣으로 사랑받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버려지고, '재수 없다'는 편견 때문에 인간에게 학대를 당하는 고양이들이 많으니 이들과의 공존을 위한 묘안(猫眼)이 필요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