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팸타임스 제은 기자]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생각하면 보통 마스크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뒤 견사 청소를 하거나 목욕을 시키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실질적인 케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보호소에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최대한 알리고 홍보하는 일이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아예 입양의 기회조차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평생 보호소의 좁은 철창 안에서 살아가거나, 혹은 공고기간이 끝난 후 안락사를 당하는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의 여지조차 갖지 못한 채 말이다. 사진작가 '포토베이커'는 그런 의미에서 유기동물 프로필 사진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토리 펀딩, 캠페인 팔찌 제작, 유기동물 사진전 개최 등 아직 시작 단계지만 유기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고민하는 중이다.
풍경 사진에서 유기동물 사진으로 그는 원래 풍경 위주의 감성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다. 지친 사회인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활동하던 것이, 지난 5월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며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졌다.
"지난 5월, 고양이를 입양하려고 유기동물 보호소 사이트를 검색하면서 보호소의 아이들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엉덩이만 보이고, 또 어떤 아이는 초점이 흔들려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도 구분이 안 가고… 그런데 그런 아이들 사진 일부는 하얀 국화 표시가 있더라고요.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사진 한 장이 아이들에게는 삶을 향한 마지막 희망이었으리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캠페인을 전파하다가 직접 사진 촬영을 하러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아가 직접 사진 촬영을 하고, 보정까지 거친 사진을 보호소 측에 전달한다. 해당 활동에 대한 스토리 펀딩도 진행하고 있다.
펀딩을 통해 모인 자금은 보호소의 냉·난방기와 간식, 사료, 미용 도구 등을 후원할 예정이라고. 유기동물을 위한 캠페인 제품 '아토 팔찌'를 리워드 상품으로 받을 수 있다.
입양 갈 수 있는 아이들이 묻히지 않도록 아무래도 질병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은 금방 입양을 가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멀쩡히 건강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보호소에 들어오면 새 가족을 접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
그나마 귀한 품종이거나 눈에 띄는 특징을 가진 경우에는 입양 신청이 몰리지만, 평범한 믹스견이거나 우울한 철장 속 사진 한 장으로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안락사를 철저히 진행하는 곳일수록 프로필 사진의 교체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런 곳에서는 유기동물을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곳이 많아 답답했어요. 사명감을 가지고 자기 자식 돌보듯 열심히 일하는 보호소도 많지만, 수많은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보호소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의욕 없어 보이는 곳도 적지 않더라고요.
사진 촬영을 진행하며 그게 참 안타까웠습니다. 아무래도 입양을 목표로 하는 사진이기 때문에 건강한 아이들을 위주로 촬영을 진행하는데, 아픈 아이들을 모두 어찌해줄 수 없는 현실이 가장 마음이 아프고요."
보통 유기동물을 떠올리면 불쌍하고, 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고, 어딘가 아프지 않을까 염려되는 이미지를 쉽게 상상하기 마련이다. 포토베이커 작가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막상 보호소를 찾아다니며 동물들을 만나다 보니, 여느 반려동물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물론 처음 마주하면 경계심을 보이고 짖기도 하지만, 밥그릇 치우려고 손을 집어넣으면 쓰다듬어달라고 부비적거리는 모습을 보니 언제든 사랑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사랑 받아야 마땅한 아이들이기도 하고요. 제 사진을 통해 최대한 그런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초라하고 아픈 모습, 경계심만 가득한 모습, 혹은 입양을 가기 위해 예쁘게만 찍힌 한 컷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랑스러움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반려동물과 유기동물의 다른 점은 '철장' 하나뿐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요." 그렇게 촬영한 사진은 보호소 측에서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펀딩이 끝난 뒤 내년 5월쯤 유기동물 사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관람료를 따로 책정하지 않고, 원하는 분들에 한해 모금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하고 싶다고. 물론 제대로 된 프로필 사진을 갖추는 것은 정말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보호소의 동물들은 우연한 사진 한 장, 사연을 알리는 게시글 한 개로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그들이 더 평생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애쓰는 작은 노력이 모여 한 마리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제가 하는 일은 정말 대단치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유기동물이 한 마리라도 더 관심을 받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유기동물을 위한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기동물을 직접 접하고 입양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