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셔터스톡 |
집 고양이는 야생 고양이와 달리 사람을 잘 따르거나 비교적 온순하다. 인간이 고양이를 길들인 지 약 9,000년밖에 안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천적인 보살핌 때문일 것 같지만 유전자 변이가 있었다는 연구도 있다.
미 워싱턴 대학교 유전체연구소의 웨스 워렌 박사 연구진은 인간이 고양이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일어난 유전적 변화를 연구했다. 우선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면서 유전체의 어떤 부분이 변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집 고양이와 야생 고양이의 유전체를 비교했다.
그 결과 집 고양이는 유전체 일부가 야생 고양이와 상당히 달랐다. 집 고양이는 기억, 공포, 보상 구하기 등과 관련된 유전자가 야생 고양이와 달랐다.
기억이나 보상 구하기, 공포 등은 가축화 과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간과 생활하면서 관련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워렌은 "인간은 수확한 곡식을 먹어버리는 쥐를 잡아주기 때문에 고양이를 환영했을 수 있다"라면서 "사람은 근처에 머물면서 (쥐를 잡아주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보상으로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상적이라면 고양이는 야생에서 홀로 살아가는 쪽을 선호하지만, 인간에게 머물 때의 이점이 더 커지면서 가축화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 역시 좀 더 온순한 고양이를 선호했을 수 있다.
집 고양이와 야생 고양이와 달랐던 유전자
◇ 고양이 유전체 프로젝트의 시작
고양이 유전체 서열 분석 프로젝트는 집 고양이의 유전병을 밝히기 위한 연구로,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의 후원 하에 약 7년 동안 진행됐다. 고양이 유전병 중 신경 질환, 감염 질환, 신진대사 질환 중에는 사람에게 전염되는 병도 있어 인간을 위해서도 고양이 유전병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미국, 영국, 에스파냐, 터키, 러시아 등 다국적 출신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아비시니안 암컷 고양이 한 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이 고양이는 혈통이 분명하면서 연구진이 관심을 두고 있는 퇴행성 안구 질환을 앓고 있어 연구에 적합했다.
공동 연구진은 집 고양이의 특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다른 순종 집 고양이들의 유전체도 분석했다. 집 고양이만의 얼굴 특징과 유순한 정도, 털의 색깔과 성분, 무늬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하얀 발이 특징인 버만 고양이도 조사했다. 그 결과 털 색깔을 조절하는 유전자에서 2개의 작은 변화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유전적 변화가 모든 버만 고양이에게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인간이 버만 종을 인위적으로 교배시켰음을 암시하며, 단기간에 유전체에 변화가 일어났음을 시사한다. 공동 연구진은 고양이의 유전체를 호랑이, 개, 소, 인간 등 다른 포유류와도 비교했다. 그 결과 고양이는 다른 포유류와 시각, 후각, 소화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 출처 = 픽사베이 |
◇ 소화와 후각 유전자가 남다른 고양이
지방이 많은 고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을 효과적으로 분해하도록 명령하는 유전자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육식동물인 고양이와 호랑이에게서 지방을 분해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특이하게도 유전자 변이가 매우 빠르게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유전자가 소화상의 이점을 고양이와 호랑이에게 제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연구진은 이 같은 변화를, 다양한 음식/먹이를 먹는 인간과 소에게서는 찾아내지 못했다.
인간과 소는 그렇게 진화할 필요가 없었다. 또 고양이는 개보다 후각 관련 유전자가 적었다. 이는 고양이가 사냥할 때 개보다 후각에 덜 의존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고양이는 페로몬을 감지하는 후각 관련 유전자의 경우 개보다 더 많았다. 페르몬은 짝짓기 상대방을 찾는 등 사회적 환경을 파악할 때 분비되는 화학물질이다.
물론 고양이는 사회적 환경 파악 능력이 떼를 지어 다니는 개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홀로 다니는 탓에 짝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중요한 능력일 수 있다.
고양이는 다른 육식동물에 비해 청각 및 시각 유전자가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양이는 초음파로 먹이를 잘 찾아내며, 불빛이 없어도 사물을 볼 수 있다.
물론 집 고양이는 야생 고양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유전체 변이가 기본적으로 적다. 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고양이가 상당히 최근에 길들여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
워렌은 "첨단 유전체 서열 분석 기술을 활용해 우리는 고양이만의 독특한 특성과 생존 기술이 유전적으로 어떤지 확인할 수 있었다"라면서 "고양이 가축화의 진화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