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입양하고 싶은데 너무 까다로워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지난 8월, 키우던 주인이 이사 가며 버리고 간 한 유기묘가 입양전선에 올랐다. 이웃에 살던 캣맘이 구조하여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사연을 알린 것이다.
딱한 사연에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나타났지만, 그중 누군가에게 입양을 보내기는 쉽지 않았다. "쥐잡이로 쓰려고요", "비용은 무료인가요?" 등의 가벼운 문의가 많았던 탓이다.
애써 길고양이를 구조하여 접종하고, 치료하여 입양 보내는 캣맘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갈 곳 없는 고양이라도, 힘들게 살린 생명을 그저 쥐잡이나 장난감 정도로 여기는 집에 보내기가 꺼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아기 고양이를 입양해 자신이 키우는 파충류의 먹이로 줬다는 사례도 실제로 있지 않았던가.
기입할 항목이 많은 입양 신청 유기동물을 입양하기 위해서도 나름대로의 절차가 필요하다. 유기동물 보호소든 개인 구조자든 입양자의 조건을 확인하고 입양 계약서를 쓴다.
물론 그 과정이 펫숍에서 돈을 지불하고 데려오는 것보다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유기동물을 입양할 마음은 있으나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유기동물 입양 문의 양식에는 보통 '기본 신상 정보(이름, 성별, 나이, 가족 구성원, 결혼 여부 등), 주거지 형태, 가정 방문 가능 여부, 가족들의 동의 여부,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있는지, 키웠던 동물이 현재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중성화 및 아팠을 때 병원 치료 가능 여부, 이후 구조자에게 주기적인 연락(SNS 활동) 가능 여부, 파양 시 반드시 연락' 등이 포함된다. 가정 방문이나 주기적인 연락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 등이 입양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입양을 원했지만 모든 항목을 충족시킬 수 없어 입양 절차 진행 중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유기동물 입양이 이렇게 까다롭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분명 있다.
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근본적 이해 없이, 단지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 혹은 '집 지키는 개, 쥐잡이 고양이'로 막 키운다는 목적으로 유기동물을 입양하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 탓에 유기동물 입양의 문턱이 높아지게 된다.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동물들의 남은 삶은 구조자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어느 집으로 입양되느냐에 따라 남은 삶을 누군가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행복하게 보낼 수도 있고, 말썽을 부리거나 어딘가 아프다는 이유로 다시 길 위에 버려질 수도 있다.
또한 개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 병원비를 보태줘서 겨우 목숨을 건진 동물들도 있다. 그렇게 애써 살린 생명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는 환경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이 지나치다고 할 수 있을까?
유기묘 입양 후 생각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학대하거나 버리는 사례가 있기에 최소 1년이라도 연락을 유지해 달라는 조건을 걸기도 한다. 물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입양 보내는 것이지만, 어쩌다 만약의 일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마음으로 유기동물을 입양하려 하는 입장에서는 마치 검증을 받는 것 같은 과정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이는 그 동물이 두 번 상처받지 않게 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기도 하다. 오히려 고양이를 키우는 환경이나 방법에 대해 조언을 얻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입양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불편함은 최소화해야
유기동물 입양이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간혹 입양 보내는 쪽에서 '가족 증명서'나 수입 내역 등의 과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안전한 입양을 위해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수위가 과하면 오히려 좋은 가족을 만날 기회를 잃게 될 뿐이다.
또한 입양 시스템의 구조적인 불편이 입양 희망자와의 소통을 가로막는 경우에도 변화는 필요하다. 안산에 거주하는 A씨는 강아지를 입양하려고 한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아갔다.
입양을 원하는 강아지가 있었지만 주말에는 입양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평일에는 7시까지밖에 운영하지 않아서 직장인인 A씨가 시간에 맞춰 갈 수가 없었다.
8시까지는 올 수 있다고 부탁했으나 기다릴 수 없다고 거절당했다. 그렇다면 미리 신원 확인을 진행하고, 동행한 동생이 평일 오후에 다시 들러 입양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미성년자라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후 보호소에 몇 번 더 방문했으나 결국 입양은 시간대가 맞지 않아 할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한 마리라도 입양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근무 시간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A씨는 "지금도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고 있고, 주변에도 권장하는 입장이다"라며 "하지만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보호소에서 융통성을 발휘해주지 않으면 결국 아이는 보호소에 남고 안락사를 당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강아지 공장'이 사회적 이슈가 된 이후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기동물 입양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그 접근성이 높지는 않은 듯하다. 반려동물을 정말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의 변화나, 동물을 물건처럼 버리는 사회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진심으로 가족을 맞이하려는 입양자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한 생명이 책임감 있는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는 신뢰의 지점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엔, 동물은 예쁠 때만 키우다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라 감정을 지닌 하나의 생명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