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의 주성분인 강황과 강황의 주성분인 커큐민의 건강 효과를 다룬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항산화ㆍ항염증 효과를 나타내고 암 예방ㆍ관절 건강을 도울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강황이 비(非)알코올성 지방간 개선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카레가 노란색인 이유는 강황에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커큐민이 함유돼 있어서다.
강황은 생강과의 다년생 풀이다. 원산지는 인도이고 인도네시아ㆍ대만ㆍ일본 등에서 재배된다. 성질은 따뜻하고 쓴맛이 나며 노란 색소를 갖고 있다.
권 교수팀은 논문에서 “약용식물로서 강황의 사용은 고대 인도의 전통 의료 즉, 아유르베다 의학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세종실록지리지ㆍ신증동국여지승람 등 고문헌에 전북 완주ㆍ임실ㆍ순창 등에서 토산품으로 재배됐다는 기록이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원광대 한약학과 권동렬 교수팀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사칸 생쥐에게 강황 추출물을 매일 1번씩 4주간 제공한 뒤 간 상태를 검사한 결과 지방 축적이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강황 추출물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개선 효과’는 한국약용작물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강황 추출물을 투여받은 쥐에서 혈중(血中) ALTㆍAST(간 손상 지표, 수치가 높을수록 간 손상이 심한 상태) 농도가 낮았다. 이는 강황이 간 손상 예방을 돕고 간 기능 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권동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강황이 지방 합성을 억제하고, 지방 배출을 정상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지방간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지방간염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간 관련 전문 학술지(Gut)에도 커큐민이 간경화를 일으키는 간 손상을 지연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만성 간 염증이 있는 생쥐 사료에 커큐민을 첨가한 뒤 4주, 8주간 관찰했다. 커큐민이 포함된 사료를 먹은 생쥐는 간세포 손상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표적인 강황의 웰빙 성분은 카레의 건강 성분으로도 널리 알려진 커큐민이다. 커큐민은 강력한 식물성 항염증 물질로 간염 바이러스는 물론, 인플루엔자(독감), 지카바이러스 등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활성을 억제한다. 이에 코로나19 예방에도 이로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커큐민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균형을 잡아주기도 한다. 과도한 면역력으로 인해 생기는 아토피피부염이나 사이토카인 폭풍 등의 증상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영국의 건강 전문 미디어 ‘넷닥터’(NetDoctor)는 ‘강황과 커큐민의 입증된 14가지 건강상 이점’을 발표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커큐민은 체내에서 항산화 효소의 생성을 자극해 산화 스트레스 즉, 활성 산소를 제거한다. 활성산소는 단백질과 유전자(DNA) 등을 손상시키고, 오래 쌓이면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또한 항염증 효과도 있다. 염증이 오래 지속되거나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건강상 문제를 일으킨다. 심장병과 비만, 알레르기, 습진, 심지어는 알츠하이머병(치매)도 염증이 오래 쌓인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강황의 커큐민은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억제해 만성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춘다. 운동으로 인한 염증과 근육통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커큐민은 강력한 항염증 물질로 관절 보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관절 통증과 관절염은 염증이 쌓인 결과일 수 있다. 관절염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에 염증과 통증, 뻣뻣함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커큐민이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제인 이부프로펜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발표된 바 있다. 다만 커큐민이 ‘관절염 치료를 돕는다’고 명기하려면 더 큰 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
커큐민은 두뇌 건강을 증진한다. 커큐민은 뇌 건강에 중요한 호르몬인 BDNF 수치를 높일 수 있다. BDNF는 뇌에서 새로운 뉴런, 신경세포의 성장을 돕는다. 많은 뇌 질환이 BDNF 호르몬의 감소와 연관돼 있다.
커큐민은 알츠하이머형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염증과 산화성 손상에 기인하는데, 커큐민은 두 가지 모두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은 경증 기억력 저하를 보인 사람에게 커큐민을 매일 제공하자 기억력과 기분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호주 모나시 대학 연구에서는 아침 식사에 1g의 강황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당뇨병 초기 단계 치매 환자의 기억력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허핑턴 포스트는 ‘정신 건강을 위해 먹는 식품’(The Foods To Eat For Better Mental Health)이란 제목의 9월 1일자 기사로 우울증 예방을 위한 푸드 백신으로 김치와 콤부차, 요거트, 카레 등을 선정했다.
한 연구에서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60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실험을 진행, 첫 번째 그룹은 항우울제, 두 번째 그룹은 커큐민 보충제(1g), 세 번째 그룹은 항우울제와 커큐민을 모두 복용하게 했다. 6주 후, 커큐민 보충제는 항우울제와 비슷한 우울증 완화 효과를 나타냈다. 항우울제와 커큐민을 모두 복용한 세 번째 그룹은 전반적으로 우울증이 가장 완화됐다.
커큐민으로 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M. D. 앤더슨 암센터 연구진은 커큐민이 흑색종 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뿐 아니라 암세포가 스스로 사멸하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화를 돕는다. 강황은 간에서 담즙 생성을 자극하고 담낭이 담즙을 소화관으로 방출하도록 한다. 담즙은 식품 내 지방의 분해와 소화를 돕는다.
심장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강황은 심장병의 주요 원인인 혈관 내피 기능 장애 위험을 줄여준다. 혈관의 안벽인 내피가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강황은 살을 빼려는 사람에게 잠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방 연소를 도울 수 있기 때문. 동물실험에서 커큐민 보충제는 지방 조직의 증가와 체중 증가를 억제했다. 커큐민 보충제를 섭취한 쥐는 대조군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간 지방량이 낮았다.
강황 적정 섭취량은?
일반적으로 강황이나 커큐민 보충제는 안전하지만, 고농축 보충제를 섭취하도록 한 연구에서 설사와 두통, 발진, 황색 변 등 부작용이 동반된 사례도 있었다.
커큐민의 일일 허용 섭취량(ADI)은 체중 1㎏당 0∼3㎎이다.
체내 흡수율이 낮은 커큐민을 더 많이 섭취하려면 피페린(piperine)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흑후추에서도 발견되는 피페린은 커큐민의 흡수율을 20배까지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