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칼라란 원뿔 모양의 얇은 플라스틱 칼라로, 반려동물들의 목에 둘러 씌우는 도구다. 인터넷에는 엘리자베스 칼라를 착용하고 마치 넋을 잃은 것처럼 앉아 있는 동물 사진이 많다. 엘리자베스 칼라는 사실 반려동물이 수술을 했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수술 및 상처 부위를 핥거나 물거나 긁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반려동물에게 착용시키는 도구다. 하지만 모양새 때문에 반려동물로서는 매우 불편하고 귀찮다.

한 연구진이 2020년 2월에 434명의 반려동물 보호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부분(66.6%)은 호주 출신이었고, 나머지는 영국, 미국,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아일랜드, 스웨덴 출신이었다. 응답자의 36.4%는 반려동물이 72시간에서 7일까지 엘리자베스 칼라를 착용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57.4%는 수술 부위 보호를 위해서, 19.1%는 피부 상태로 인한 긁음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려동물에게 엘리자베스 칼라를 착용시켰다.

엘리자베스 칼라는 대부분 동물들의 일상 활동을 방해했다. 응답자의 60.2%는 반려동물이 엘리자베스 칼라를 착용한 상태에서 물을 마시기가 어려워 보였다고 답했고, 17.1%는 반려동물이 엘리자베스 칼라를 착용하고 일상적인 활동을 잘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67.5%는 반려동물이 칼라 착용 후 놀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19.1%는 전혀 놀지 못했고, 28.8%는 놀기 어려워했고, 19.6%는 놀기 위해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보호자의 70.5%는 반려동물이 엘리자베스 칼라를 착용하고 있는 동안 칼라의 크기를 변경하거나 교체할 필요가 없었다고 답했고 28.1%는 더 작은 칼라로 변경했다. 또 일부 보호자는 칼라가 더러워지거나 찢어져서 칼라를 교체한 적이 있었다. 25%는 반려동물이 엘리자베스 칼라 때문에 오히려 부상을 입었다고 답했다. 반려동물이 칼라로 인한 부상을 입었다고 ㄷ바한 사람 중 61.1%는 칼라 착용 부위에 가려움증이나 발진이 발생했다고 답했다.

54.1%는 자신이 반려동물을 지켜보고 있을 때는 칼라를 풀어줬다. 24.9%는 음식물을 섭취할 때만 칼라를 풀어줬다. 엘리자베스 칼라 대신 다른 칼라(27.6%)나 티셔츠(24.2%), 국부 드레싱(17.5%)을 사용한 보호자도 있었다.

수의학 분야에서 엘리자베스 칼라가 사용되기 시작한 건 1897년부터다. 당시에는 퍼즐이라고 불렸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사람들이 착용했던 러프와 비슷하게 생겨서 엘리자베스 칼라라고 불린다. 이 도구는 깔때기 모양으로, 반려동물의 목 부위는 좁고 얼굴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목재나 가죽, 강철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요즘에는 대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더 부드러운 플라스틱이나 천 재질의 엘리자베스 칼라도 존재한다.

반려동물이 엘리자베스 칼라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

통증이나 가려움증을 겪거나 수술 후 요양 등을 해야 하는 개와 고양이는 엘리자베스 칼라를 착용해야 한다. 상처 부위를 물거나 긁거나 핥아서 염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칼라는 반려동물이 자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비약물적인 방법이다.

대부분 개나 고양이는 몇 시간 정도 후에는 엘리자베스 칼라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일부 동물들은 계속해서 짜증을 내며 칼라를 벗어버리려고 할 수 있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나 고양이가 칼라를 착용하고 몇 시간 동안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칼라를 착용한 반려동물을 마당 등 야외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칼라는 반려동물의 시야를 제한하고 물건이나 좁은 틈에 끼일 수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칼라를 착용하고 야외에 나갈 때는 보호자가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불편해한다면 플라스틱 칼라 대신 천 등의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칼라를 착용시켜도 좋다. 또 나일론이나 폼 소재로 만들어진 엘리자베스 칼라도 있다.

최근에는 팽창식 칼라도 등장했는데, 목에 끼우는 작은 베개나 쿠션 모양으로, 반려동물의 어깨 너머까지 확장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엘리자베스 칼라보다 편안하다. 또 상처 부위를 가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붕대나 특수 의복 등을 입혀서 반려동물이 상처 부위를 긁거나 핥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반려동물이 혼자 벗어버릴 수 없도록 신축성이 강하다.

안 쓰는 셔츠나 수건 등이 있다면 집에서 DIY로 엘리자베스 칼라를 만들 수 있다. 칼라의 목 부분이 지나치게 조이지 않도록 주의하고, 반려동물이 칼라를 스스로 벗어버리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반려동물에게 엘리자베스 칼라를 착용시킬 때는 칼라가 편안할 것, 그리고 반려동물이 상처 부위를 긁거나 핥지 못하도록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골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