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는 다묘가정에서는 고양이들 간 싸움이 종종 발생한다. 고양이들끼리 금방 화해하거나 애초에 싸우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만약 고양이들 간 싸움이 심해져 유혈사태까지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면 집사는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심지어 집사의 어설픈 개입이 상황을 더 악화할 우려도 있다.
2019년 리서치게이트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4%는 고양이 한 마리를, 36.3%는 고양이 두 마리를, 17.6%는 고양이 세 마리를, 9.7%는 네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매일 발생하는 고양이들 간 갈등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노려보기(31.7%)였다. 13.2%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고양이들끼리 서로 노려본다고 말했다. ▲31.7%는 쫓아가기(12.3%는 하루에도 여러 번) ▲25.6%는 스토킹 행위(9.4%는 하루에도 여러 번) ▲22.5%는 도망치기(7.6%는 하루에도 여러 번) ▲19.1%는 꼬리 흔들기(6.1%) ▲13.6%는 하악질(4.4%) ▲3.6%는 소리 지르기(1.6%) 등이었다.
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다고 답한 2,492가구 중 12.3%는 반려묘 사이에서 갈등의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갈등의 징후를 보고한 2,185가구 중에 73.3%는 고양이들을 서로 소개할 때부터 갈등의 양상이 보였다고 답했고 23.6%는 고양이들 간의 관계가 점차 변했다고 답했다. 3.1%는 고양이들 간의 관계가 급변했다고 말했다.
고양이들 간에 갈등이 있다고 보고한 가구 중 50.6%는 갈등이 발생하는 빈도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고 46.2%는 덜 빈번해진다고 말했고 3.2%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빈번해진다고 답했다. 고양이 수에 따라서는 두 마리 가구, 세 마리 가구, 네 마리 가구에서 갈등의 빈도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답변이 각각 53%, 51%, 44%였다. 갈등이 점점 줄어드는 경우는 44%, 46%, 52%, 갈등이 점점 늘어나는 경우는 3%, 3%, 4%였다.
다묘가정에서 발견되는 고양이들 간의 친밀한 행동은 같은 방에서 잠자기(30.1%), 그루밍 해주기(23.1%), 자면서 접촉하기(18.3%), 코뽀뽀하기(31.8%) 등이었다. 연구진은 “고양이들의 성격과 연령에 따른 영향, 고양이들의 행동에 대해 자세히 알면 다묘가정 고양이들이 서로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밝혔다.
고양이들이 싸우는 이유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자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장소를 지키기 위해 종종 다른 고양이들과 싸운다. 같은 집에 사는 고양이라고 할지라도 발생하는 일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냄새를 묻혀 자신만의 영역을 표시한다. 고양이 여러 마리가 함께 사는 집에서는 집의 크기가 매우 넓지 않을 경우 고양이들 사이에 영역이 겹칠 수 있다. 그러면 싸움이 발생한다. 수컷 고양이는 더 공격적이며 싸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또 고양이들끼리 놀다가 행동이 격해져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고양이들끼리 거친 행동을 할 때 놀이인지 싸움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친 행동이 심해진다면 싸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고양이 사이를 떼어 놓는다.
고양이들은 서로 놀 때 부드럽게 물기 때문에 상대방이 고통을 받지 않는다. 또 놀 때는 발톱을 숨기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 발톱을 드러내고 하악질을 하고 상대방을 세게 문다.
고양이의 신체 언어도 잘 관찰해야 한다.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를 스토킹하거나 사냥감을 발견한 것처럼 몸을 긴장시키고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거나 귀를 뒤로 누이거나 꼬리가 부풀어올랐거나 몸을 아치형으로 구부려 공격 태세를 취한다면 고양이들이 진짜로 싸우고 있다는 징후다.
고양이 싸움을 막는 방법
우선 육체적으로 고양이들 싸움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주인이 물리거나 할퀴어지거나 고양이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손뼉을 치거나 냄비를 두드리는 등 큰 소리를 내서 고양이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편이 좋다. 다만 이때, 고양이들 시야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큰 소리를 내도록 한다. 만약 고양이 가까이에서 큰 소리를 내면 싸움 때문에 흥분한 고양이들이 주인을 공격자로 간주할 수 있다.
고양이들의 싸움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집이 좁아 고양이들 간의 영역이 계속해서 겹친다는 뜻이다. 따라서 고양이들이 각자의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더 많은 장난감이나 캣타워를 설치해 고양이들이 서로 동선이 겹치지 않고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화장실 수도 늘린다.
중요한 것은 고양이들끼리 싸우고 있을 때 주의를 돌리려고 간식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랬다가는 고양이들이 간식을 얻기 위해 더욱 심하게 싸울 것이다. 간식은 보상을 할 때만 사용한다.
고양이의 싸움이 계속해서 심화하고 고양이에게 행동 문제가 나타난다면 수의사 또는 전문가에게 문의한다. 질병 때문에 고양이의 공격성이 향상될 수도 있기 때문. 아픈 고양이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공격성을 보인다.
한 지붕 아래 사는 반려묘끼리도 싸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고양이 각자의 공간을 구성해주자. 공격적인 행동과 싸움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