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힘들어하는 신생아의 수면을 돕기 위해 물소리, 드라이어 소리 등 백색소음을 들려주는 부모가 많다.
소아과 전문의 엘리자베스 머레이 박사는 “아기의 생활환경에 새로운 것을 도입할 때에는 안전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보통의 백색소음은 소란스럽지 않지만, 일부 기계가 만들어내는 백색소음은 지나치게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리학자나 음향 기술자들은 백색소음을 고르게 일정한 스펙트럼 밀도를 가진 무작위 소음이라고 규정한다. 백색소음은 가청주파수(20-2만 헤르츠) 범위에서 동일한 진폭 또는 강도를 가진 소음을 의미한다.
백색소음은 들을 수 있는 모든 주파수를 포함하기 때문에 다른 소리를 가리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방에 있는데 외부 차량 소리가 지나치게 시끄럽게 들린다면 선풍기를 틀어놓으면 외부 소리를 지울 수 있다. 백색소음의 또 다른 사례로 식기세척기나 진공청소기, 빗방울 소리도 있다.
1990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백색소음의 영향을 받는 아기가 더 빨리 잠들었다. 당시 연구팀은 신생아 4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피험자 아기의 80%가 백색소음 환경 속에서 5분 만에 잠드는 것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면 백색소음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부모가 백색소음을 사용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확실한 점은 백색소음이 효과적인 수면 유도로 기능해 아기가 빠르게 잠든다는 것이다. 깨어난 뒤에도 다시 빠르게 잠들게 할 수 있다. ‘쉿’ 소리로도 짜증을 내는 아기를 진정시킬 수 있으며 외부 소리를 차단해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아기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갑작스러운 빛이나 낯선 사람, 소리, 감각 등에 놀랄 수 있어 안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기는 이미 엄마 자궁에서부터 백색소음과 유사한 소리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자궁 내에서는 동맥과 정맥이 흐르는 소리와 규칙적인 심장 박동, 장 운동 소리가 들린다. 이러한 모든 요인이 자궁 내 태아가 끊임없이 노출된 백색소음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백색소음을 사용할 때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2018년 연구에 따르면, 무작위적이며 비구조적인 소리로 구성된 백색소음에 노출되면 소리를 인식하는 두뇌의 신경 연결을 변형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백색소음이 이명 증상을 악화할 수 있고 두뇌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색소음 발생 기기도 전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아기용으로 출시된 백색소음 기기들이 아기가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시끄럽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연구자들이 여러 가지 기기의 소음을 분석한 것과 제한 수준인 50dB을 넘어섰으며 이 같은 기기들이 병원 보육실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85dB을 넘어선 일부 기계는 아기용 요람에 일체형으로 장착돼 있었다.
2014년, 미국소아과협회(AAP)는 영아용으로 고안된 백색소음 기계 14종을 테스트했으며 테스트한 모든 기계가 50dB인 권장 소음 수준을 초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AAP는 백색소음을 사용하면 청력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언어 능력 개발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소아과 전문의들은 어떤 백색소음 기기든 아기 침대에서 최소 200cm 떨어진 곳에 두어야 한다고 권장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아기가 백색소음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아기가 잠을 자야 하는 상황에서 백색소음이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기의 수면을 유도할 수 있는 편안한 활동을 찾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핵심은 건강한 수면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