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장내 바이러스, 어린이 성장장애 '스턴팅' 야기
김준호 기자
수정일 2020-02-17 15:44
등록일 2020-02-17 15:44

장내 박테리아가 어린이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캐나다 맥길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세균에 감염돼 해당 세포에서만 증식하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가 나쁜 박테리아를 조절한다. 장내 나쁜 박테리아는 생후 몇 년 동안 어린이 발달과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숙주세포와 미생물 저널에 발표됐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스턴팅이란 ‘성장장애’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왜소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면 또래 아이보다 키가 작고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게 된다. 정신적인 성숙이 느려지는 이유는 뇌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서이고, 키가 작아지는 이유는 뼈와 근육을 키우는 영양소 섭취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성장이 둔화한 어린이는 당뇨병, 비만, 고혈압과 같은 영양과 관련된 만성 질환에 걸리기 쉬우며 정신력 저하로 고통받기 때문에 성인이 됐을 때도 고용이나 소득 면에서 다른 사람보다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연간 소득 감소, 고용 불안정 등은 미래에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겪거나 조기 사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바이러스로 성장이 지연되는 어린이 

맥길대학 연구진과 방글라데시 국제설사병연구센터는 새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스턴팅을 일으키는 나쁜 박테리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연구에 참여한 맥길대학 미생물 및 면역학과 조교수인 코린 모리스는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성 바이러스인데, 모든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며 인간의 장도 예외는 아니다. 박테리오파지는 숙주만큼 풍부하기 때문에 특정한 박테리아를 죽임으로써 개체 수를 조절하는 데 관여할 수 있다. 현재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많지 않지만, 상당히 새롭고 흥미로운 연구 분야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을 스턴팅과 연관시켰다. 장내 세균의 분포를 따졌을 때 나쁜 세균이 많을수록 소화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스턴팅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테리오파지를 직접 이와 연관해 연구한 적은 없다.

이런 바이러스는 매우 흔하게 발생하며 박테리아가 있는 한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를 감염시킬 수 있다. 인간의 장에는 박테리아가 풍부하기 때문에 박테리오파지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단,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를 무작위로 공격하지 않는다. 다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인식하는 박테리아 균주만 공격한다.

장내 바이러스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연구진은 방글라데시의 어린이들을 연구에 참여시켰다. 14~38개월 어린이 6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중 30명은 대조군이었다. 연구진은 참가 어린이로부터 분변 샘플을 채취해 현미경, 메타지노믹스 및 리보소말 유전자 시퀀싱을 사용해 테스트를 진행했고 장에서 나온 박테리아와 박테리오파지를 프로파일링했다.

연구진은 미생물의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시험관 내 실험을 했으며 스턴팅이 발생하지 않은 어린이의 박테리아를 스턴팅이 발생한 어린이의 박테리오파지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나쁜 박테리아가 스턴팅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 아이들은 나쁜 박테리아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성장 지연을 겪었다.

 

 

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 등이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8년에는 21.9%의 어린이가 스턴팅, 즉 영양실조 및 성장 발달 지연을 겪고 있었다. 2017년에는 22.4%였다. UN이 커버하는 지역의 2018년 스턴팅 현황을 보면, 아프리카는 30%, 아시아는 22.7%,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은 9%, 오세아니아는 38.2%였다. 2017년에 비해 다소 감소한 수치다.

 

 

WHO가 커버하는 지역의 2018년 스턴팅 현황을 보면 아프리카가 33.1%, 아메리카가 6.5%, 동남아시아가 31.9%, 동부지중해가 24.7%, 서태평양이 6.4%였다. 역시 2017년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이 연구 결과로 장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사이의 상호 작용이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조작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치료법이 영양에 접근하는 방식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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