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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CLS 3세대 출시와 함께 되돌아보는 '4도어 쿠페'의 역사
선우정수 기자
수정일 2018-06-20 10:57
등록일 2018-06-20 10:57

지난 6월 18일,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서울 청담동 전시장에서 자사의 4도어 쿠페 모델인 'CLS'의 3세대 모델인 '더 뉴 CLS'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번 3세대 CLS는 작년 6년만에 완전히 변경된 풀체인지 모델로, 향후 벤츠 모델들이 공유하게 될 새로운 패밀리룩을 처음으로 제시한 모델이기도 하다. 지난 4월 개최되었던 베이징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던 A클래스 신형에서도 이와 같은 디자인 패턴이 확인된 바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4도어 쿠페인 CLS 3세대 모델. 국내에는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벤츠 CLS는 비록 벤츠 내에서 높은 판매량을 담당하는 볼륨 모델은 아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 중 하나인 북미시장을 기준으로 본다면, 2005년 1세대 모델이 데뷔한 해와 다음 해인 2006년을 제외하면 연간 1만대를 판 적이 단 한번도 없는 차량이다. 2세대 벤츠 CLS 풀체인지 모델 또한 신차 효과를 누렸던 2012년과 2013년 이후로 판매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벤츠의 기함인 S클래스 판매량보다도 판매량이 낮을 정도다.

하지만 벤츠 CLS는 판매량과는 별도로 벤츠에 있어서, 또한 2000년대 자동차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모델이다. 특유의 파격적인 디자인과 '4도어 쿠페'라는 기존에 없던 장르를 개척하여, 여타 독일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BMW와 아우디에 비해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는 있지만, 동시에 '다른 브랜드 대비 조금 올드해 보인다'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던 벤츠의 이미지 개선에 큰 일조를 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수많은 모방작들을 만들어냈을 만큼 출시 이후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모델이기도 하다.

■폭스바겐 CC와 아우디 A7, 포르쉐 파나메라 등 4도어 쿠페의 '원조', 벤츠 CLS

벤츠 CLS 1세대는 2004년에 첫 출시되었다. 당시 개발 코드네임은 W219였으며, 준대형 세단인 E클래스의 후륜구동 플랫폼을 공유하여 좀 더 큰 사이즈로 개발되었다.

기본적으로 세단은 엔진과 각종 주요 부품들이 들어가는 엔진룸, 그리고 운전자 및 동승자들이 탑승하는 캐빈룸, 마지막으로 화물을 적재하는 트렁크룸의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때문에 세단을 '3박스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2000년대 이전의 세단들은 캐빈룸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전고를 높이는 경우가 많았고, 때문에 차가 전체적으로 껑충하게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반해 1세대 CLS는 4~5인이 탑승할 수 있도록 4개의 문이 달린 세단이었지만, 스스로를 세단이 아닌 '4도어 쿠페'라고 칭했다. 실용성보다는 디자인과 공기역학을 염두에 두어, 루프라인(자동차 지붕의 라인)이 완만하게 트렁크룸 라인과 이어지는 디자인을 도입하여, 기존의 세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특히 같은 시기에 판매되던 E클래스에 비해 전고를 5센티미터 가까이 낮췄을 만큼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실용성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쿠페 본연의 스타일링은 유지하겠다는 과감한 결단이 가져온 결과다.

▲벤츠 CLS 1세대(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CLS는 비록 높은 판매고를 높이는 모델은 아니었지만, 소수의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도로에서 보이는 존재감은 막강했다. '돈 많은 중장년들이나 타던 차'였던 벤츠는 단숨에 트렌드세터가 되었고, 이에 자극 받은 브랜드들은 CLS와 같은 쿠페형 세단을 잇달아 선보이게 된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오히려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폭스바겐이었다. 폭스바겐은 중형세단 파사트가 갖고 있는 다소 보수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해법으로, 2008년 파사트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 전륜구동 4도어 쿠페인 '폭스바겐 CC'를 출시했다. 폭스바겐 CC는 우리나라에서도 가격 대비 유려한 스타일링 덕분에 적잖은 판매량을 올린 모델이다. 폭스바겐 CC는 2세대까지 출시되었으며, 현재는 폭스바겐 아테온이 이 포지션을 이어받고 있다.

다음 타자는 포르쉐였다. 이미 2000년대 초반, SUV 모델인 포르쉐 카이엔을 통해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기사회생한 경험이 있는 포르쉐는 또 한번의 라인업 확장을 도모했고, 그들이 주목한 장르는 바로 대형 세단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을 구매하는 고객층을 공략할 수 있는 4도어 세단 모델을 구상하던 포르쉐는, 2009년 고성능 패스트백(캐빈룸의 지붕에서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세단처럼 중간에 경사가 뚝 떨어지지 않고 완만한 각도를 그리며 내려가는 형태) 5도어 쿠페인 '파나메라'를 선보이게 된다. 5도어라고 부르는 이유는, 패스트백은 트렁크는 물론 뒷유리까지 함께 열리기 때문에 이 또한 1개의 문으로 치는 것이다.

▲포르쉐 파나메라(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혹자는 이것이 단순히 포르쉐 911을 앞뒤로 잡아 늘린 디자인이라는 혹평을 하기도 하지만, 기존에 포르쉐가 갖고 있던 쿠페의 디자인을 어떻게 세단으로 이어갈 것인가라는 고민에 벤츠 CLS 1세대가 힌트가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디자인과 스타일링에 유독 주목했던 아우디 또한 이 흐름에 빠지지 않았다. 아우디 같은 그룹 내에 속해 있는 포르쉐 파나메라처럼 패스트백 형태를 취한 컨셉트카 '스포츠백' 컨셉트를 200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데에 이어, 2010년에는 이 컨셉트의 주요 디자인을 계승한 5도어 쿠페인 아우디 A7을 선보이게 된다.

기존 아우디의 세단에서 한 단계 더 진일보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은 모델이며, 특히 고성능 모델인 S7이나 RS7은 포르쉐 파나메라의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거의 동일한 수준의 스펙을 선보이며 가성비 면에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우디 A7은 2014년 말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현재 해외에서는 2세대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된 상태다. 또한 BMW도 4도어 쿠페의 인기에 힘입어, 기존 2도어 쿠페 모델만 있던 6시리즈의 3세대 모델을 2011년 출시하면서 4도어 쿠페 모델인 '6시리즈 그란 쿠페'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쏘나타, 기아 스팅어 등 어느새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온 4도어 쿠페의 흔적들

CLS의 센세이션 이후, 이제는 비단 고급차 브랜드뿐만 아니라 대중차 브랜드들조차 4도어 쿠페의 디자인을 일부 채용하거나, 4도어 쿠페를 표방하면서 디자인 요소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러한 대표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제법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바로 현재 판매 중인 쏘나타 뉴라이즈의 1. 5세대 이전 모델인 YF 소나타다. 우리 나라에서야 중형 세단의 대표 모델, 한국차의 대표 모델인지라 덤덤할 수 있지만, 정작 이 차가 출시됐을 당시 전 세계 자동차 업계, 특히 북미시장에서의 충격은 대단했다. 그 이전 모델이었던 NF쏘나타의 네모 반듯하고 보수적이던 모습에서 곡선을 강조한 모습으로 환골탈태한 모델이었고, 특히 C필러가 끝나면서 라인이 한번 끊겼다가 트렁크 리드로 뻗어가던 기존 세단의 디자인을 탈피하여, C필러의 각도를 낮춰 패스트백처럼 트렁크 리드까지 완만하게 흘러가는 루프라인을 통해 마치 4도어 쿠페를 보는 듯한 디자인을 완성해 냈다.

▲YF 쏘나타는 4도어 쿠페 스타일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특히 북미지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실질적인 전고는 NF 쏘나타 대비 5mm 낮아졌을 뿐이고 오히려 1세대 k5보다는 15mm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디자인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쏘나타의 파격적인 변신은 자동차 업계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현재는 국적과 브랜드를 막론하고 세단들 대부분이 이와 같이 C필러에서 트렁크 리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기아차는 제네시스에서 사용하던 후륜 플랫폼을 활용, 본격 4도어 쿠페인 스팅어를 작년 출시한 바 있다. 형제차라고 할 수 있는 제네시스 G70과 전고 자체는 1,400mm로 같지만, G70 대비 전장과 전폭을 키우고 루프라인이 완만히 떨어지는 패스트백 형태를 취하여, 보다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팸타임스=선우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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