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정
[인터뷰]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회장
최주연 기자
수정일 2015-05-22 10:53
등록일 2015-05-22 10:53
“아직도 인간과 동물의 서열을 나누는가? 생명은 등급이 없다. 그 자체로 존귀한 것”

'길고양이들의 대부'로 잘 알려진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회장을 만났다. 김 회장은 2005년 우리나라에 길고양이 중성화 정책(TNR)을 처음 제안한 수의사로 현재 대한수의사회 동물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수의료봉사 특별위원장직을 맡고 있으며, 2013년 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등 동물보호정책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김재영 회장과 필자는 스카이펫파크 채널의 인기 반려동물 토크쇼 '펫닥터스'에 함께 출연하고 있다. 펫닥터스는 45분짜리 방송이지만 촬영은 하루가 꼬박 걸린다. 그만큼 편집되는 분량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재영 원장은 예능 프로의 특성상 편집될 것을 알면서도 늘 자신의 신념어린 말들을 녹화중 꺼내 놓는다. 버려지고 고통 받는 동물들에 대해,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의 사회에 대해 그리고 아직도 갈 길이 먼 동물복지에 대해.

알면 보인다고 했던가? 그렇게 꽤 많은 시간을 지켜본 김재영 회장에게서, 의원님을 연상시키는 중후한 외모와 회장 직함이 주는 무거운 선입견 대신, 동물에 대한 연민과 책임감으로 고민하는 가슴 따뜻한 수의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꿈꾸는 동물복지 사회가 궁금해졌다.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고양이수의사회는 어떤 단체인가?

2012년 2월 고양이에 관심 있는 수의사들이 만든 모임이다. 처음에는 동호회 개념으로 고양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고자 시작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수의사를 대상으로 매달 수요일 셋째 주에 고양이 관련 열린 강좌를 진행하고 있고 1년에 두 번 컨퍼런스를 실시하고 있다. 컨퍼런스는 국내외 유명 강사진을 초빙해 고양이 임상에 관한 테마로 진행한다. 또한 일 년에 한 번 씩 홍콩에서 열리는 세계고양이수의사회(ISFM) 학회에 참석한다.

일반인 대상 강좌도 있나?

올해부터 사료업체 마스(MARS)와 연계해 고양이 보호자 대상 강좌를 시작했다. 사실 무분별한 민간요법이나 비과학적인 자료에 의한 주관적 생각으로 고양이를 자가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 대상 강좌는 이러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어떻게 하면 고양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또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Trap-Neuter-Return/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수술을 한 후 다시 본래의 영역으로 돌려보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법) 등 동물복지에 대해서도 홍보하고, 아직까지 부정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시각도 개선시키기 위해 수의사와 애묘인들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리다. 1년에 4회 정도 열 계획이다.

그 외 활동은?

수의사가 갖고 있는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전문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재능기부는 전문가의 기본적 소양이다. 의료혜택을 받지 못한 동물들이 평등하게 의료의 질적 수준을 공유해 다 함께 건강한 공존을 했으면 한다.

2005년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을 처음 전국 지자체에 제안했는데?

2000년대 초반 동물보호법에 의하면 '유기된 개는 한 달 계류 후 안락사, 고양이는 바로 안락사'였다. 개의 경우 입양이나 다른 선택이 있었지만 고양이는 민원이 들어오면 거의 다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분명한 생명 경시였고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후 적극적으로 지자체에 TNR에 대한 의견을 내고 TNR이 사회적으로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를 알렸다.

TNR은 1995년 영국에서 우리나라와 똑같은 고민을 갖고 시작된 정책이다. 교미로 인한 소음, 영역 싸움으로 인한 피해, 주변 환경훼손 등 길고양이 민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안락사가 아니고 TNR이다.

2007년에 동물보호자문위원으로서 서울시에 시범적으로 TNR 초안을 잡았고 이듬해에 서울시 25개구가 시행할 수 있게 TNR 사업을 디자인했다.

현재 TNR사업의 진행 상황은 어떤가?

2008년 초창기에는 고양이들이 죽는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TNR 후 풀어놓는 것을 우선 목표로 했다면, 지금은 강동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길냥이 급식소처럼 중성화 수술 후 '관리'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재정적인 문제도 있고, 사회적 약자(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도 많은데 동물에게 쓸 돈이 어딨냐는 여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이 살수 없는 곳은 인간도 살 수 없다. 우리가 좀 더 배려하고 그 배려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인간성도 회복할 수 있고 흔히 말하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 태능동물병원에서 진료중인 김재영 원장

최근 반려동물 보호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동물등록제'에 대해서?

동물등록제는 내가 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빨리 찾을 수 있고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본래 목적이다. 그 다음은 유기동물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가 있다. 이밖에도 동물등록제는 정책을 펼칠 때도 도움이 된다. 요즘 동물 진료비가 비싸다고 얘기하는데 동물등록제가 잘 진행이 된다면 개체의 인적사항이 파악되기 때문에 의료보험 등이 잘 만들어질 수 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봤을 때도 동물이 몇 마리 있는지 생명에 대한 통계자료가 없다는 것은 곤란하다. 정책의 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한다.

안타까운 점은, 동물등록은 세 가지 방법(내장형 무선식별장치,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등록인식표 부착) 중 선택하게 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즉 마이크로칩에 대한 왜곡된 소문이 많아 극히 미미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많은 보호자들이 외장형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장형의 경우 목걸이를 풀어버리면 동물등록제의 의미가 없다. 유기견 발생 시 주인을 찾아주기도 힘들고 또 동물을 유기하는 이기적인 행동도 막기 힘들다. 내장형으로 동물등록의 방향이 가야한다.

1991년 태능동물병원을 개원한 후 특별히 고양이 진료에 관심을 쏟게 된 계기가 있는지?

2000년도 초반에 서울여대 학생들이 새끼 길고양이를 데려왔다. 저혈당, 저체온증이 온 아이였는데 수의사인 나도 고양이 진료에 대해 많이 부족한 시절이라 학생들에게 참 미안했다. 다행히 기본적인 수액 조치 등을 하고 아이가 살아났고 그 여학생들도 정말 기뻐했다. 그 후로 고양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2008년 거문도 고양이 살리기 운동본부 활동(왜곡된 TV방송으로 인해 모두 안락사 위기에 놓인 거문도 고양이들을 수의사들이 주민 설득 후 TNR 진행)을 하고 난 후 수의사로서 보람도 느끼고 또 고양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고양이수의사회를 만든 계기도 되었다.

기억에 남는 환자와 보호자가 있다면?

460그램밖에 안되는 고양이를 젊은 부부가 멀리서 데려왔다. 범백에 걸린 아이였는데 새끼 때는 거의 죽는다고 보면 되는 병이다. 사실 그 젊은 부부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이 새끼 고양이를 자식처럼 키우고 있었던 것인데 이 병원 저 병원 다 돌아다녀 봐도 죽는다는 말만 듣다가 마지막으로 멀리까지 찾아온 곳이 우리 병원이었다.

나도 그 아이가 죽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차마 그 부부에게 말을 못하고 "수액을 넣어야 하는데 한 번에 혈관이 잡히면 아이가 살려는 것이고, 아니면 그만큼 힘든 병이니 너무 마음아파하지 마시라."고 위로했다. 사실 460그램짜리 고양이는 혈관이 잘 안나온다. 그런데 그 아이는 한 번에 혈관이 나왔다. 부부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더라, "우리 아이 살았어요!"라면서...나는 그 아이를 살려야했다.

범백은 일주일을 버티면 거의 살 수 있다. 그렇게 일주일을 노력했고 아이는 살아났다. 퇴원 후 5개월 쯤 지나 그 부부가 다시 우리 병원에 들러 부인의 임신 소식을 전했다.

우리가 동물에게 사랑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동물이야말로 인간에게 정서적인 안정감과 사랑을 줄 수 있는 생명체다. 그 부부의 소식은 내게도 큰 위안이 되었다.

후회스러웠던 순간이 있나?

보람된 순간만큼 후회스런 순간도 많다. 똑같은 케이스에도 어떤 애들은 잘되는데 어떤 애들은 안되는 순간이 있다. 처음 1~2년에는 자기가 대단한 수의사라고 생각하지만, 수의사가 된 후 3~5년 정도 되면 그런 시기가 온다. 그럴 때는 '내가 이렇게 실력이 없나' 미안하기도 하고,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만큼 딜레마에 빠진 적도 있다,

또한 현실적인 문제로는, 개원 초창기 10년 동안 생활이 안 될 정도로 재정적 어려움이 있어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다.

▲ 펫닥터스 촬영 현장

스카이펫파크 채널의 '펫닥터스' 출연중이다.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우리나라에 전문가가 나와 얘기하는 반려동물 프로는 없었던 것 같다, 우선 대중요법 등으로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잘못된 자가치료를 막고 올바른 건강 진료 정보를 주자는 취지가 있다. 또 이 프로를 통해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바뀔 수 있었으면 하고 유기견, 유기묘 발생을 막기 위한 홍보의 통로가 되었으면 한다. 프로그램이 병원 홍보나 수의사의 인기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시청자들에게 학술적 건강지식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예능프로답게 웃음과 재미를 주면서도 그 속에서 유익한 정보를 알 수 있고 또 동물복지에 대한 것들도 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이 장수하고 또 반려동물문화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티비 출연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배는 더 나오고 술은 더 마시고,,,, (웃음) 누가 알아보거나 하는 외부적인 변화는 없다, 하지만 수의사로서 '펫닥터스'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줘야하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정보도 다시 확인하고 또 공부한다. 시청자들에게 방송으로 얘기하는 것보다는 내가 훨씬 더 많이 공부를 하게 된 것, 그게 변화이고 좋았던 점이다.

앞으로 목표는?

천만 반려인 시대이고 동물은 가족이라고 말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는 미흡하다. 아직도 동물과 인간의 서열을 따지고 있다,

생명에는 등급이 없다. 생명은 자체로 존귀한 것이다. 광우병,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인간의 판단으로 생매장하는 그런 세상은 지양해야 한다. 동물복지와 의료봉사 부분에서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동물들을 돕고 싶다.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성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이 살수 없는 곳에는 인간도 살 수 없다. 모든 생명체가 인간과 함께 아름다운 이 지구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생명을 보는 시각들이 단순히 움직이는 장난감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널리 확산되었으면 한다.

애견신문 최주연 기자 4betterworld@naver.com

사진 이형구 기자 ynotstudio@naver.com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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